Top Songs By Old School Teacher
Lyrics
고동샘 : 웬 편지.. 보셨어요? 편지 누가 놓고 갔는지?
이지선샘 : 그거 아까 어떤 여학생이 놓고 가던데요?
고동샘 : 제 자리에요? 웬 편지지…
안녕 나야 고동샘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아
니가 써준 편지를 읽고 너무 감동해서 샘은 지금 눈물이 좀 날 것만 같아
물론 20대때 편지 많이 받아봤었지만 그때 난 젊은 총각 선생이었었잖아
그리고 세상은 그 사이에 아날로그에서 완전히 디지털로 바뀌었잖아
마지막으로 제자에게 손편지 받은 지가 내 생각에 몇 년 된 것 같거든
어느 샌가 학교 선생님은 인강 속 선생님보다도 못한 것만 같았었거든
그런데 니가 써준 편지 한 통에 그런 생각이 다 사라지는 것만 같더라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의 감정이란 건 디지털화되지 않는 것만 같더라
서두가 너무 길었나봐 다시 너와 나의 이야기를 꺼내볼게
내가 해준 말 한마디가 너에게 힘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해
근데 사실 나는 너 같은 제자가 있어서 오히려 정말로 큰 힘이 되었단다
어쩌면 너나 나나 우리 둘 다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해주는 얘기 하나가 고3교실 7교시 사막에 오아시스가 되고
너희가 반갑게 해주는 밝은 인사 한마디에 선생님의 오늘 특별해지고
졸업 후엔 내가 해준 수업내용 대신 웃긴 이야기가 오히려 더 기억나듯이
나도 너희 성적이나 대학 말고 너희와 나눈 이야기들 더 기억날 거야
오랜만에 받은 편지에 답장을 써내려가다 보니 왠지 모르게 좀 센치해 밤이라 그런지 몰라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샘들도 알고 보면 맘이 여려
너희의 칭찬 하나에 며칠동안을 들떠서 여기저기 자랑을 하고 다녀
반대로 너희의 가시 돋힌 말이나 표정에 상처를 받고 나서 못 잊어버려
그런데 이런 손편지를 받게 되다니 이건 정말로 일 년치 큰 힘과 배려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지내왔는데
어느새 너희가 졸업이라니 시간이 야속해 나는 아무 것도 못해줬는데
졸업식날 바쁘겠지만 같이 사진 찍고 얼굴 보며 인사하면은 좋겠는데
슬픈 감정 들어도 나 눈물 나면 안되니까 너 절대 먼저 눈물 보여선 안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자꾸 감성적인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 같아.
아마 밤이라 그런 것 같은데 샘도 아직 감성은 완전히 늙진 않은 것 같아
학교에서 인연은 여기까지지만 서로에게 좋은 인연은 이어지길 빌게
앞으로 학교에서 힘들 때마다 니가 써준 편지 꺼내 읽으면서 기운 내볼게
아 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좀 적어볼게
혹시 어느 대학을 가건 어느 직장에 다니건 어떤 배우자를 만나건 말야
그건 우리 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으니까 제발 의식하지마
그리고 생각보다 삶이 바빠질 테니 자주 연락 못한다 미안해하지마
오랜만에 받은 편지에 답장을 써내려가다 보니 왠지 모르게 좀 센치해 밤이라 그런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