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열다섯

너희들의 소닥거리는 맑고 환한 웃음소리를

길섶의 나리꽃은 기억할까

너희들의 여린 가슴에 품었던 꿈의 나래는

초여름 종달새가 기억할까

그날 무서운 굉음소리가 언덕을 타고 올라와

너희의 온몸을 짓밟고 간 뒤

뜀박질 놀던 운동화도 가방속의 희망도

모두 피묻고 찢겨졌구나 겨우 열다섯 순결한 아이야

네 꿈을 누가 빼앗아가니

겨우 열다섯 푸르른 아이야 네 노래를 누가 뺏아가니

주인잃은 너의 교실 한켠에 놓인 책상위엔

꿈을 빼앗긴 공책과 몇송이 국화

열다섯살 너의 짧은 흔적을 가슴에 품고

피지 못한 꽃들을 다시 피우기 위해

나 오늘도 숨쉰다

나 오늘도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