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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부는 화창한 오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근데 오늘 하필이면 그날이구나
 내 맘이 군복색깔 같구나
 여기 모인 아저씨들 정말 아저씨 같구나
 동년배라는 게 안 믿기구나
 세상 모든 번뇌를 진 이 아저씨들과
 오늘 하루 잘 견뎌야 할 텐데
 아 그래도 다행인 건
 아 훈련소는 아니잖아
 아 차라리 비가 왔으면
 실내 정신교육만 받을 텐데
 전입신병 괴롭히던 상준형 잘있나
 그때 금붕어한테 경례시켰지
 개념없던 한달 후임 봉선인 잘있나
 그때 괴롭혔던 거 미안하다
 근무 서고 먹던 뽀글인 왜 그 맛이 아닐까
 스파게티가 예술이었는데
 면회왔던 연철이도 생각이 나고
 우리 소대장님 생각도 나구나
 아 내 어린 스무 두 살
 아 시간이 가긴 가더라
 아 전역이 엊그제 같은데
 내 청춘에 대하여 경례 (충성!)
 아 그래도 다행인 건
 아 아직도 나는 젊구나
 아 다시 또 걸어가야지
 남자 인생 긴 행군 아니더냐
 그래 바람 좋고 날씨 좋고
 산 냄새도 좋다
 너무나 즐거운 예비군 훈련
 너무나 즐거운 예비군 훈련
 근데 오늘 하루 왜 이렇게 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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